책표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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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디자인과 책자제작 , 따로 보면 반드시 놓치는 것들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 디자이너 이민재입니다. 다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습니까? 생각보다 연휴가 짧아서 후유증이 많은 오전업무 시간입니다. 하하..
몇 해 전 일입니다. 인디 출판사에서 시집 표지 작업을 맡았는데, 시안 단계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크림 베이지 배경에 가느다란 서체, 저도 클라이언트도 만족했고요. 그런데 납품 후 온라인 서점 페이지를 열어봤더니 — 썸네일 크기로 줄어든 표지가 그냥 하얀 사각형이었습니다. 제목이 거의 안 읽혔어요.
그때 처음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표지 디자인과 책자 제작은 따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온라인 서점에서 표지가 작동하는 방식
지금 독자 대부분은 책을 서점 책상 위가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에서 먼저 만납니다. 그 첫 만남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세요? 대략 손가락 두 마디 남짓한 썸네일입니다.
이 환경에서 디자인의 우선순위는 완전히 바뀝니다. 색의 뉘앙스나 섬세한 텍스처보다 색 대비와 제목 가독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구도가 직사각형 판형보다 유리한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표지 시안 작업 시 저는 항상 파일을 80픽셀짜리로 축소해서 확인합니다. (이 테스트를 안 하고 넘기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꼭 해보세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는 경쟁 도서 수십 종이 함께 나열됩니다. 내 표지가 그 줄 안에서도 눈에 띄어야 합니다. 예쁜 것과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서점 서가에서 척추가 두 번째 표지가 되는 순간
오프라인 서점에서 대부분의 책은 척추만 보이는 상태로 꽂혀 있습니다. 표지 작업을 아무리 정성 들여 해도, 독자가 처음 보는 건 2~3센티미터 너비의 척추 하나입니다.
여기서 책의 물리적 두께가 변수로 들어옵니다. 두께가 얇으면 척추 공간이 좁아서 제목을 세로로 작게 넣거나 아예 생략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반대로 두께가 두꺼우면 척추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전면 표지와 시각적 균형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께는 종이 평량, 페이지 수, 제본 방식이 결합되어 결정됩니다. 이게 다 기획 단계에서 결정되는 값들이에요. 디자이너가 표지를 완성한 후에 제작 사양이 바뀌면 척추 레이아웃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실제로 자주 있습니다. 납기 직전에 페이지 수가 줄어서 척추 두께가 달라진 적이 있었는데, 그날 야근은 꽤 길었습니다.)
제작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
Q. 기업 백서나 브랜드북은 일반 단행본이랑 접근이 달라야 하나요?
다릅니다. 판매용 단행본은 서점 환경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기업 배포용 책자는 받은 사람이 "이걸 버릴까, 보관할까"를 결정하는 맥락이 더 중요합니다. 이때 표지의 소재감과 제본 방식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동일한 디자인이라도 무광 소프트커버와 하드커버에서 느껴지는 보관 가치가 다릅니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게 아니라, "이 회사가 이 책자를 얼마나 진지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물리적 단서로 작용합니다.
Q. 제본 방식을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용도와 사용 방식이 먼저입니다. 무선제본은 척추 안쪽 여백이 실제로 보이지 않아서 디자인 배치 시 여유분을 계산해야 합니다. 중철제본은 물리적 두께 자체가 얇아서 척추 디자인을 따로 고려할 필요가 없는 대신, 두꺼운 내용을 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하드커버는 책의 무게가 올라가고 속지 면지 구성이 추가되는 만큼, 전체 디자인 연속성을 초반부터 함께 잡아야 합니다. 나중에 제본 방식을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량이 생깁니다.
Q. 모니터에서 확인한 색이 인쇄 후 달라지는 건 왜인가요?
화면은 빛을 내는 매체(RGB)고, 인쇄물은 빛을 반사하는 매체(CMYK)입니다. 색을 만드는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여기에 인쇄기 조건, 종이 표면 특성, 코팅 방식까지 더해지면 화면과 완전히 같은 색을 재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교정 출력 단계가 중요합니다. 색이 중요한 작업일수록 실제 인쇄 조건으로 교정지를 먼저 뽑아서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감성 표지와 정보 표지, 어느 쪽이 맞을까요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판단 기준은 있습니다.
감성 중심 표지는 분위기와 이미지가 먼저 읽힙니다. 독자가 책을 집어 들기 전에 "이 책이 어떤 느낌일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특히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썸네일에서는 분위기 전달이 어렵고, 제목이 명확히 읽히지 않으면 그냥 스크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 중심 표지는 제목과 부제가 먼저입니다. 어떤 책인지 빠르게 파악되고, 검색 결과에서 눈에 잘 띕니다. 다만 서가에서 비슷한 구성의 책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주요 유통 채널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독자가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나느냐가 먼저 정해져야 표지의 방향성이 결정됩니다. 디자인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유통 채널을 맞추려 하면 어딘가 어색해집니다.
"생각보다 얇아 보인다"는 말의 의미
책자를 받은 독자가 이 말을 할 때, 그건 보통 페이지 수 이야기가 아닙니다. 종이가 얇거나, 코팅이 없거나, 제본이 가벼워 보일 때 그런 인상이 생깁니다.
반대로 "묵직하다", "고급스럽다"는 반응은 디자인보다 물성에서 먼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꺼운 평량의 종이, 무광 라미네이팅, 하드커버 제본 —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촉각적 인상은 시각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업 배포용 책자를 기획할 때는 디자인 시안과 함께 제작 사양도 초반에 같이 논의하는 게 좋습니다. 예산이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 인상을 만드는지는, 종이와 코팅의 조합을 아는 사람과 상의해야 나옵니다. (디자이너한테 "예쁘게만 해주세요"라고 하면 예쁜 결과물은 나오는데, 원하는 인상이 나올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표지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할 것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책표지 디자인은 표지 파일 하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주요 노출 환경이 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 독자가 책을 어떤 상황에서 손에 쥘지, 어떤 제본 방식으로 제작될지, 예산 안에서 어떤 물성을 선택할지. 이 값들이 정해진 다음에 디자인 방향이 잡혀야 나중에 "왜 이렇게 됐지?"라는 당혹감이 줄어듭니다.
저희가 책자 제작 의뢰를 받을 때 제작 사양 이야기를 디자인 논의와 함께 꺼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잘 만든 책은 표지 하나로 평가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판형, 종이, 제본, 코팅이 함께 만들어낸 총합 자산입니다. 그 자산의 수명은 초기 기획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궁금하신 내용은 편하게 연락 주세요. 희명디자인 디자이너 이민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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