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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 색이 화면과 다른 이유, 그리고 색을 맞추는 법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입니다. 시안은 분명히 선명한 파랑이었는데, 인쇄물을 받아 보니 칙칙한 남색이 되어 있습니다. 담당자는 당황하고, 인쇄소는 화면과 인쇄는 원래 다르다고 답합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색 차이는 운이 아니라 구조에서 오고, 구조를 알면 상당 부분 잡을 수 있습니다. 색이 어긋나 재인쇄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태웁니다. 카탈로그처럼 색이 곧 제품인 인쇄물에서는 이 한 번의 어긋남이 전체 신뢰를 흔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화면 색과 인쇄 색이 왜 다른지, 그 색을 맞추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색 관리, 곧 컬러 매니지먼트의 이야기입니다.
빛으로 내는 색과 잉크로 내는 색
근본 원인은 색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갈린다는 데 있습니다. 모니터는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을 섞어 색을 냅니다. 빛을 더할수록 밝아지는 가산혼합(Additive Color) 방식이라, 발광하는 선명한 색을 표현합니다. 인쇄는 정반대입니다. 청록, 자홍, 노랑, 검정 네 가지 잉크를 종이에 얹어 빛을 흡수시키며 색을 냅니다. 잉크를 더할수록 어두워지는 감산혼합(Subtractive Color) 방식이죠. 애초에 색을 내는 원리가 서로 뒤집혀 있으니, 빛으로 낸 형광빛 파랑이 잉크로는 그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모니터에서 쨍하던 색일수록 인쇄에서 실망하기 쉬운 것도 이 원리 탓입니다.) 화면과 인쇄의 색 차이는 결함이 아니라 물리적인 전제입니다.
장비가 바뀌면 같은 색도 달라집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색 값이라도 모니터마다, 인쇄기마다 실제로 내보내는 색이 조금씩 다릅니다. A 모니터의 빨강과 B 모니터의 빨강이 다르고, 인쇄기와 종이 조합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디자이너 화면에서 맞춘 색이 발주처 화면에서 다르게 보이고, 인쇄기에서 또 달라지는 일이 생깁니다. 이 장비별 편차를 방치하면 색은 매번 복불복이 됩니다.
색을 하나로 붙잡는 기준, ICC 프로파일
여기서 색 관리의 핵심 도구가 등장합니다. ICC 프로파일이라는 것입니다. 각 장비가 색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기록한 일종의 색 사전으로, 이 기준을 공유하면 장치마다 다른 색 공간을 공통 기준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는 정기적으로 색을 표준에 맞추는 보정, 곧 캘리브레이션을 하고, 인쇄에 쓸 색 공간을 파일에 명확히 지정합니다. 인쇄 직전에는 잉크와 용지에 맞는 프로파일을 적용해 화면의 색을 종이 위로 변환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장비가 바뀌어도 색이 같은 기준 위에서 관리됩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 교정쇄
프로파일로 계산을 맞춰도, 실제 종이에 찍힌 색은 눈으로 봐야 확실합니다. 그래서 본 인쇄에 들어가기 전에 실제 인쇄 조건으로 미리 뽑아 보는 교정쇄를 거칩니다. 발주처가 이 교정쇄를 실물로 확인하고 색을 승인해야 본 인쇄가 시작됩니다. 화면으로만 색을 승인하고 넘어가면, 앞서 말한 원리대로 실제 인쇄에서 어긋날 위험이 남습니다. (급하다고 교정쇄를 건너뛰었다가 수천 부를 다시 찍으면, 아낀 하루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습니다.) 교정쇄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입니다.
페이지가 많을수록 색 기준이 중요합니다
색 관리가 유독 중요해지는 건 카탈로그처럼 페이지가 많고 오래 쓰는 인쇄물입니다. 브랜드의 대표 색이 페이지마다 미묘하게 어긋나면, 통일감이 깨지고 전문성도 떨어져 보입니다. 촬영 단계에서 기준 색을 잡고, 편집에서 색 공간을 통일하고, 인쇄에서 프로파일로 변환해 교정쇄로 확인하는 이 전 과정이 하나의 기준 위에 놓여야, 첫 장의 붉은색과 마지막 장의 붉은색이 같아집니다. 색의 일관성은 관리 프로세스가 만드는 결과이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종이도 색을 바꿉니다
한 가지 더 짚자면, 같은 잉크라도 어떤 종이에 앉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코팅지(Coated)는 잉크가 표면에 머물러 색이 선명하게 뜨고, 비코팅지(Uncoated)는 잉크가 스며들어 색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같은 ICC 프로파일이라도 코팅지와 비코팅지에는 서로 다른 프로파일을 적용합니다. 그래서 같은 파일을 다른 종이에 인쇄하면 색감이 달라집니다. 종이를 정할 때 원하는 색 표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고, 색 프로파일도 그 종이에 맞춰 적용해야 의도한 색에 가까워집니다.
인쇄물의 색이 화면과 다른 것은 빛과 잉크라는 서로 다른 원리에서 비롯되지만, 그 차이는 색 관리로 상당히 좁힐 수 있습니다. ICC 프로파일로 장비의 색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고, 교정쇄로 실물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색은 운이 아니라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한 번 맞춰둔 색 기준은 이번 인쇄로 끝나지 않고, 다음 개정판과 온라인 자료에도 이어 쓰이는 회사의 색 자산이 됩니다. 인쇄 색은 감각보다 관리 기준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색이 중요한 인쇄물을 준비하신다면, 화면만 믿지 마시고 실물 교정쇄로 색을 확인하는 단계를 꼭 일정에 넣으시길 권합니다.
희명디자인 편집디자인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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