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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 발주에도 앞 단계가 있습니다. 디자인 이전에 정해지는 것들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입니다. 인쇄물 견적을 받아 보시면 항목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디자인비, 판비, 용지대, 인쇄비, 후가공비, 제본비. 앞쪽에 놓인 디자인비가 지면을 만드는 작업의 값이라면, 그 디자인이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작업의 값은 어디에 있는지 물으시는 발주 담당자는 드뭅니다.
웹 구축에서는 이 앞 단계가 제도로 다뤄집니다. 공공 정보화사업에서 발주기관은 제안요청서에 과업 내용을 명확히 적어야 하고, 과업심의위원회가 그 내용의 확정과 변경을 심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만들지 확정하는 절차가 별도로 놓여 있는 구조입니다.
인쇄물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절차가 없다고 판단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판단을 상담 자리에서 압축해 내리게 될 뿐입니다. 희명디자인 편집디자인팀이 첫 상담에서 시안보다 배포 계획과 마감일, 담을 내용의 양을 먼저 여쭙는 것도 이 앞 단계를 함께 잡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이 앞 단계인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정하는 일, 어떤 형태로 만들지 정하는 일, 그리고 그 판단을 문서로 남기는 일입니다. 받는 사람과 건네는 상황이 정해지면 분량과 사양이 따라옵니다. 처음 만나는 상대인지 이미 거래 중인 곳인지, 상담 테이블인지 전시 부스인지, 몇 해를 쓸 자료인지. 이 답이 페이지 수와 종이, 무게를 정합니다. 이 답이 없으면 사양을 고를 근거도 없습니다.
형태도 여기서 갈립니다. 접지물로 갈지 책자로 갈지, 중철인지 무선제본인지가 담을 양에서 나옵니다. 판형과 분량, 제본과 종이가 서로를 정하는 구조라 하나를 먼저 확정하면 나머지가 계산됩니다. (배포 규격이 정해진 발주라면 판형이 먼저 오고 분량이 그에 맞춰집니다.)
없으면 어디서 드러나는가?
시안 단계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을 그리면 의견이 나올 때마다 배치를 다시 잡게 됩니다. 시안이 예뻐도 방향이 흔들리면 다시 그립니다. 수정 횟수보다 무엇을 수정하느냐가 일정을 정합니다.
원고 단계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면 구성이 정해지지 않은 채 원고를 완성하면 분량이 맞지 않아 덜어내거나 채우게 됩니다. 문서 편집기에서 쓴 글은 지면에 앉히면 대체로 넘칩니다. 면별 권장 분량을 먼저 알려 드리는 것도 이 작업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인쇄 직전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부담이 큽니다. 판형이나 페이지 수를 그 시점에 조정하면 지면 배치가 통째로 밀리고 목차와 페이지 넘김을 다시 잡습니다. (앞에서 몇 시간이면 될 판단이 뒤에서는 며칠이 됩니다.)
누가 하는가?
발주처가 정리해 넘기는 구조가 있고, 제작사가 상담에서 함께 잡는 구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생략되는 작업이 아니라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작업에 가깝습니다.
견적서에 이 항목이 별도로 잡혀 있지 않다면 어느 쪽이 맡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아무도 하지 않는 구조라면 제작 도중에 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논의가 발생하고, 그 논의가 쌓이면 일정이 밀립니다.
발주처가 하실 때 정리해 오시면 좋은 항목도 정해져 있습니다. 받는 사람, 건네는 상황, 담을 내용의 대략적인 양, 마감일, 예산 범위. 다섯 가지 모두 확정되지 않아도 됩니다. 대략의 방향만 있어도 계산이 시작됩니다. 미정인 항목은 미정이라고 알려 주시면 그에 맞춰 진행합니다. (확정된 것과 흔들리는 것을 구분해 주시는 것만으로 순서가 잡힙니다.)
무엇을 문서로 남기는가?
판단이 정해지면 짧게 적어 두십시오. 완성 크기와 총 면수, 접는 방식이나 제본 방식, 지종과 평량, 도수, 수량, 배포처, 납기. 이 문서가 있으면 여러 곳에 견적을 돌리실 때 같은 조건이 전달됩니다. 조건이 다른 견적서를 나란히 놓고 낮은 쪽을 고르면 나중에 사양 차이로 드러납니다. 총액 비교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같아야 합니다. 다음 발주에서도 같은 문서에서 출발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가 남아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규모에 따라 깊이가 갈립니다
명함 한 종에 정보화전략계획 수준의 절차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앞 단계를 두는 것과 절차를 무겁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쇄물의 규모와 반복 여부에 따라 앞 단계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한 번 쓰고 끝나는 소량 인쇄물이라면 배포 계획과 마감일 정도면 됩니다. 여러 해를 쓰거나 개정이 반복되는 자료, 여러 종을 함께 만드는 발주라면 기준을 문서로 세워 두시는 쪽이 낫습니다. 반복될수록 그 문서가 아끼는 시간이 쌓입니다.
디자인은 정해진 것을 지면에 구현하는 작업입니다. 무엇을 정할지까지 디자인이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앞 단계가 짧으면 뒤 단계가 길어지고, 그 시간은 대체로 되돌리는 데 쓰입니다. 발주 초반의 몇 가지 답이 전체 일정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희명디자인 편집디자인팀 드림.
* 참고할만한 인사이트 칼럼링크 : 리플렛제작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넘길 것인가? 지면과 화면의 역할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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